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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같은 밤이면', 박정운 별세. 나의 삭막한 이십대를 채워준 노래.

업데이트/시사

by 업뎃 2022. 9. 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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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은 밤이면"이 한 참 인기가 있었을 때가 내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쯤이었다.

 

대학에 들어가서 연애질 좀 해보겠다고 과방 같이 쓰던 옆 과의 여학생을 한 참 쫓아다니고 있었다. 문제는 연애를 해 본 적인 없던 터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던 차에, 친구의 조언을 받았다. 콘서트를 가라.

 

대학로 소극장 콘서트

처음으로 대학로 소극장 콘서트를 갔다. 조금 일찍 대학로 4호선 혜화역 출구에서 그 여학생을 만났다. 어떻게 그 여학생을 불러냈는지는 지금도 의문이었다. 왜냐하면, 군대 가기 전까지 쫓아만 다녔다가 헤어진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뭐, 어쨌든 그날은 운은 좋았나 보다. 

조금 이른 저녁 식사를 하고 콘서트 장으로 향했다. 지금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대학로 라이브 소극장이었던거 같다. 그 후로도 몇 번 갔었다. 물론 같이 간 사람은 바뀌었지만.

콘서트의 주인공이 바로 오늘같은 밤이면의 주인공 박정운 씨다. 벌써 훌쩍 25년이 지난 것 같다. 나도 늙고, 형님도 늙고, 그리고 형님이 먼저 멀리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문뜩 그날이 생각난다. 

그날 내가 한 가장 큰 일은 콘서트 장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 여학생의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좋다고 좋아 다녔지만, 혼자 좋아해서는 진도를 나갈 수 없었던 슬픈 현실. 아마도 6개월 만이었을 것이다. 쫓아다닌 지.

https://youtu.be/2uw-MFYmmrw

박정운, "오늘같은 밤이면"

오늘 같은 밤이면

콘서트 굉장히 단출하게 진행되었다. 거의 1인 토크쇼 하듯이 진행이 되었다. 그리고, 그랜드 피아노가 한 대 있었는데, 갑자기 피아노 뚜껑을 열면서 하는 소리가, "오늘은 게스트를 못 모셔서 내가 게스트 시간까지 다 때워야 한다." 하면서 부르기 시작한 노래가 "오늘 같은 밤이면"이었다. 아, 분위기 너무 좋았다.

- 오늘 같은 밤이면 - 
얼마나 그댈 그리워하는지 몰라 / 더 이상 외로움 난 견딜 수 없고
언제나 어두운 밤이 찾아올 때면 / 살며시 그대 이름 부르곤 했어
눈 감으면 그대 곁에 있는 것 같아 / 하지만 그대 숨결 느낄 수 없고
무겁게 나를 누르는 이 빈 공간에 / 끝없는 방황으로 나를 이끄네

기나긴 기다림 속에 지쳐도 / 그대 외롭다고 눈물짓지 마
언젠가 그대의 두 손을 잡고서 / 함께 걸어갈 테야
오늘 같은 밤이면 / 그대를 나의 품에 가득 안고서
멈춰진 시간 속에 / 그대와 영원토록 머물고 싶어
....

"언제가 그대의 두 손을 잡고서"  나오는 부분에 용기 내어서 옆에 여학생의 손을 꼭 잡았다. 손 한번 잡는데 정말 오래 걸렸다. 그게 다였다. 나는 군대 갔고, 그녀는 졸업했고...

 

20대를 회상하면서,

그렇게 즐거운 일이 몇 개 없었다. 지겹게 공부해서 대학 들어가고, 좀 지나, 군대 가서 뺑이 치고, 제대해서 취업 준비하고. 그간에 열심히 연 애도하고 멋진 삶은 사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성격 탓인가 모르겠지만,  "오늘 같은 밤이면"과 그 여학생은 황무지 같은 내 이십대 삶을 윤택하게 해 준 몇 안 되는 기억이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기억이다. 박정운 씨는 본인이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조차 잊고 있었고) 어설픈 삶을 살던 청년 하나에게 기쁜 기억을 하나를 선물해 주었다. 좋은 곳으로 가셨길 빕니다.

박정운 자켓 사진
박정운 "오늘 같은 밤이면" 앨범 자켓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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